마웅저 씨(42)를 처음 본 것은 저번 학기에 수강한 <국제개발협력의 이해>라는 수업에서였다.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수용한 넓은 대강의실에서도 마웅저씨는 눈에 쉽게 띄었다.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는 탓도 있었지만, 교실 맨 뒤편에 앉아 다른 여느 학생들보다도 더 열심히 수업을 듣는 모습 때문이었다. 매 수업 빠지지 않고 출석해 웃는 얼굴로 수업을 청강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업이 종강하고 방학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 마웅저씨의 모습은 그 때와 다름이 없이 미소를 띤 얼굴이었다. 한국에 온지 벌써 8년째인 그는 대화하는 데 거의 무리가 없을 정도로 한국어가 능숙했다. 처음엔 아는 사람이 없고 차별을 받아 한국에 온 것을 후회했지만, 지금은 한국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그와 함께 버마의 교육과 그가 현재 대표로 있는 ‘따비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버마의 많은 문제 중에서도 ‘교육’에 대해서 운동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버마에) 병원을 먼저 세울까, 아니면 학교를 먼저 세울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학교를 먼저 세우고 싶다고 대답할 겁니다. 저는 지금 버마의 많은 문제들은 교육의 문제에서 뿌리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지금 버마를 통치하는 사람들은 외부인이 아니라 내국인이에요. 이 사람이 받았던 버마의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죠. 시민들이 20년 넘게 군부독재에 대항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또한 교육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이 들어가지 않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골키퍼가 골을 잘 막을 수도 있고, 선수가 잘 못해서 골키퍼 있는 쪽으로만 계속 슛을 할 수도 있어요. 저는 골키퍼 없는 쪽으로 슛하는 법을 알 수 있는 방법이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버마 시민들은 교육이 부족해서 군부에 대항하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지금 버마는 탄압하는 사람도, 탄압받는 사람도 교육이 부족해요. 또 다른 이유는 버마 아이의 40%가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교육이 없이는 나라의 평화가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교육이 없다면, 군부독재가 사라지더라도 아프가니스탄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요.
- 버마의 교육 상황은 어떠한가요?
지금 버마 정부는 민간정부로 바뀌었지만, 사실상 군인이 군복을 벗은 것일 뿐 군정과 다를 바가 없어요. 국가의 예산, 재정도 예전과 똑같아요. 군대 예산이 많고, 교육이나 보건 예산은 그대로에요. 전체 예산 중 교육 예산이 4.3%, 보건은 3% 정도에요. 버마의 교육제도는 제도적으로는 무상교육이지만 실제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초등학생 중 60%만이 중학교를 진학하고, 중학생의 20% 정도가 고등학교를 가요. 초등학생 100명이 있었다면, 그 중 20명 정도만이 고등학교를 가는 겁니다.
- 진학률이 그렇게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우선 버마는 130개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고, 언어는 100여 개가 있는 나라에요. 이렇게 지역별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데도, 공부를 하려면 버마어로만 할 수 있어요. 일제가 한국어 말고 일본어로만 공부하라고 강요했던 것과 다를 바 없지요. 그래서 다른 언어를 통해 공부해야 할 바에 공부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두 번째는 시골에 선생님이 없기 때문이에요. 버마의 선생님 월급은 한국 돈으로 4만~5만원 정도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도시라면 밤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지만, 시골은 일이 없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시골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그래서 시골에 배정되면 그냥 그만 두어버리거나 학교에 가지 않아, 시골 아이들은 학교에 가봤자 선생님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겁니다. 그 밖에 분쟁지역에 있는 아이들은 내전으로 인해 안전하지 않아 학교가 없고, 집안 생계가 어려워 가계일을 돕느라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저는 이 교육 문제에 있어 재정문제도 심각하지만, 무엇보다도 언어 문제, 교과서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고 봅니다. 민족이 달라서 지역마다 언어, 역사, 지리가 다 다른데 지금 버마는 한 가지 언어, 역사, 지리만 배울 수 있어요. 버마 군부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이 문제를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버마 아이들과 교류하는 대안학교 ‘이우학교’ 학생들과 마웅저 씨
- ‘따비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작년까지는 버마 학교의 재정에 지원을 했고, 올해부터는 우리가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이를 학교에 지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버마 학생들이 군부가 만든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지만, 우리가 프로그램을 만들고 청소년 센터를 운영해 대안 교육을 하고 싶어요. 공동체 교육, 직업 교육, 기술 교육 등 학교 졸업에 상관없이 버마 청소년들이 배우고 싶은 것에 맞게 배울 수 있도록 말이에요.
- ‘따비에’에서는 한국 청소년과 버마 아이들의 교류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양국 청소년들의 교류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청소년 교류 사업은 2004년부터 시작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제 욕심으로 시작했습니다. 난민촌 안에 있는 버마 아이들은 난민촌 밖으로 나가지 못해요. 그래서 매일 똑같은 생활이고, 난민촌 밖의 세상을 만나지 못 하는 아이들이에요. 그런 아이들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줘야겠다는 마음에 한국 청소년이 그 곳에 가서 만나는 걸 제가 먼저 제안했어요. 사실 교류를 하면 버마 아이들보다도 한국 청소년들이 더 발전이 많아요. 그 곳에 갔다 오면 조금이라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보이고, 자존감이 생기지요. 버마 아이들도 발전은 하지만 난민촌 밖을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할 곳이 없어요. 그러나 그 아이들도 마음이 많이 열리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국 친구들을 보고 알 수 있게 되요. 무엇보다도 내 친구가 한국에 있다는 생각 한 가지만으로도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실 버마는 아직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나라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버마와 버마의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아시아인들이 있는 문제가 남의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시대는 서로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시대입니다. 지금 버마의 문제가 너무 커서 한국 국경 안까지 넘어오고 있잖아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구요. 예를 들어, 새터민이 버마까지 도망갔다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숫자가 적지 않아요. 87년 KAL기 폭파사건 등도 한반도의 문제인데 버마 안에서 벌어진 일이구요. 한국 평화 문제가 버마까지 영향 주는 예시들이죠.
또한, 한국과 버마는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식민지, 국부독재, 쿠데타, 노동운동 탄압 등 한국과 버마 모두 역사적으로 피해자 국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버마는 후퇴하고 있고 한국은 발전하고 있지요. 다만 저는 지금 한국이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걱정돼요. 한국 기업들이 버마 안에서 노동 탄압이나 불법 무기 수출 등을 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이 피해자 국가에서 가해자 국가로 변하고 있는 것이고 이는 아시아의 평화를 오염하는 것입니다.
따비에의 활동. 버마 아이 청소년 교육 지원을 위한 장터
- 마웅저씨와 따비에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난민촌, 버마 국경지대에 청소년센터를 설립하고 동네마다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도서관을 만들어봤자 버마에 책 자체가 부족하고 도서관 이용·운영 교육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점이에요. 모금도 해야 하지만 이용·운영 교육 프로그램도, 책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먼저,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공부와 취직 때문에 대학생들이 많이 바빠도 아시아의 평화나 버마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버마 아이들에게는 “너희들이 공부를 못 하는 게 아니야. 아직 공부 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 함께 교육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지금 버마가 많이 어려운 상태고 다른 국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한국 시민들이 함께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지애/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