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2.05.16 01:00 / 수정 2012.05.16 01:03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 발생 29년 만에 우리나라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참사 현장인 아웅산 국립묘지를 찾았다. 참배를 끝낸 이 대통령이 수행원들의 삼엄한 경비를 받으며 걸어 나오고 있다. 작은 사진은 1983년 10월 9일 버마(당시 국가명)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직전 전두환 대통령의 수행원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 왼쪽부터 함병춘 대통령 비서실장, 이계철 주 버마대사, 서상철 동력자원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이범석 외무부 장관, 서석준 부총리. [양곤=연합뉴스]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 있는 아웅산 국립묘지를 방문해 헌화했다. 1983년 10월 9일 오전 10시25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하려다 북한의 테러로 못하게 된 지 28년 219일 1시간여 만이다.
이 대통령은 ‘17대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쓰여진 조화를 놓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김대기 경제수석 등 일행과 함께 묵념했다.
이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미얀마 신 정부(첫 민간정부)가 들어서서 첫 국빈으로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아웅산 국립묘지를 찾아오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이곳이 17명의 고위 관료들이 희생된, 20세기 역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겠다.”
이 대통령이 묘지에 머문 시간은 2분여. 테러의 아픔 때문에, 미얀마와 북한과의 특수관계 때문에 삼엄한 경계 속에 이뤄진 조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아웅산 수치 여사와 만났다. 수치 여사가 이 대통령이 머무는 호텔로 예방하는 형식으로다. 두 사람은 활짝 웃는 얼굴로 만나 40여 분간 대화했고, 20분간 기자들 앞에 섰다. 이 대통령은 수치 여사와 면담할 때는 버마라는 국호를 썼다. 수치 여사를 탄압한 군사정권이 89년 버마라는 국호를 미얀마로 바꾼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하얗게 바랜 것은 당시 중상을 입은 최금영 연합통신 사진부장의 피가 필름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양곤=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민주주의가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며 “경제를 살리는 만큼 민주주의도 함께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또 “수치 여사가 긴 시간을 오로지 버마 국민들을 위해 민주화와 인권 신장 등 여러 가지 중요한 문제에서 일관되게 지켜와 버마의 변화를 가져온 시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치 여사는 “우리의 어린 세대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화와 번영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국민들이 존엄성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 민주주의는 국민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며, 국민에 의해 이뤄지는 민주주의”라며 “세계의 도움이 특정 그룹, 특정 개인, 특정 정부에만 이용되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 그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이 버마의 실상을 이해한 것에 크게 고무된다. 큰 힘이 됐다”고도 했다.
◆탈북자 석방하기로=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14일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2010년 3월부터 불법 입국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40대 남성 탈북자를 석방할 뜻을 밝혔다고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15일 전했다. “이 탈북자는 며칠 내 한국에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김 기획관은 말했다.

